2011. 2. 25. 12:59 투자
외국인 순매도로 현대건설·현대중공업, '시련의 2월'
젠장, 젠장,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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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외국인 순매도로 현대건설·현대중공업, '시련의 2월']
"저도 외국인 좀 만나고 싶어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말이다. 언제쯤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할 수 있을지, 본인들에게 묻지 않고선 예측하기 어렵단 우회적 표현. 외국인은 이달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정정불안이 빌미가 됐다. 이머징 주식시장에서 북아프리카와 중동 점유율은 고작 1%도 안 된다. 문제는 치솟는 유가다. 적어도 다음 달 중순까진 외국인의 '사자'는 기대하기 어렵단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총알 맞은 외국인
25일 오전 코스피는 전날 보다 하락세다. 1950선 밑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외국인은 이미 1500억원 넘는 물량을 쏟아냈다. 개인과 기관, 정부기관 단체까지 '사자' 우위지만 증시는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외국인은 이번주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 랠리다. 주간 기준으로 현재까지 약 6000억원 매도 우위다.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시위대에 발포한 총알에 외국인도 함께 맞은 격이 됐다.
이번 달 외국인은 3조원 가까운 순매도 폭탄을 날렸다. 어제 기준으로 2조9311억원 순매도다. 기관(9508억원), 개인(1조5533억원)의 순매수와 따로 가고 있는 것. 이집트 민주화 시위와 뒤를 이은 리비아의 정정 불안이 외국인 '팔자' 종목에서도 고스란히 읽힌다.
이번 달 외국인 순매도 1위는 현대건설이다. 중동 수주 불안감과 중견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그리고 저축은행 영업정지 악재가 겹치자 외국인은 미련 없이 던졌다.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도 각각 6위, 8위에 올랐다.
조선주도 외국인의 미움을 받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2위, 10위에 올라 시련의 2월을 보냈다. KB금융(3위), 신한지주(9위)가 버림을 받은 건 외국인이 다른 금융주인 하나금융지주(순매수 1위)를 선택한 탓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도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외환은행과의 M&A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덕분이다. 삼성생명은 금리인상 기대감에 3위가 됐고, 인플레이션 수혜주인 고려아연(7위)도 '러브콜'을 받았다.
◇'사자' 기대 말라
외국인의 '팔자', 언제쯤 브레이크가 걸릴까. 증시 전문가들은 다음달 중순까지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매도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매수 반전은 아직 이르다"면서 "1월과 2월에 비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동 불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거란 기대감에 매도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며 "다음달 중순 이후 1분기 기업 실적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 까진 외국인이 뒷짐을 질 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우려로 외국인이 신흥국에서 팔고 있었는데 곡물가 가격이 안정을 찾자 이번엔 유가가 터지는 바람에 리스크가 장기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주식시장 비중이 전체 이머징의 0.6% 밖에 안 되는 데도 유가 문제가 걸리다 보니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거고, 외국인도 순매도 기조를 조금 더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