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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6 7세기부터 즐겨온 커피 비하인드 스토리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며 키스처럼 달콤하다."

19세기 전기 프랑스 작가이자 나폴레옹을 정치의 세계로 이끈 선견지명의 외교관 탈레랑은 커피의 치명적 유혹을 떨치지 못해 이같이 고백했다. `인간희극` 등의 대작을 남긴 문호 발자크 역시 말년에 들어서도 매일 12시간 동안 글을 쓰며 80잔의 커피를 마셔댔다. 초인적인 창작 열정이 커피에서 나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에게 커피는 파우스트를 유혹한 검은 악마 메피토스펠레스였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도 지난 몇 년 사이 커피 열풍이 불고 있다. 커피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3000~4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5000~6000원짜리 `별다방` 커피를 매일 1~2잔씩 즐기는 여성들을 두고 `된장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커피 애호를 단순히 한순간 유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고 거래되는 교역 상품이 된 지 오래다. 뉴욕 커피 거래소(New York Coffee Exchange)에서는 주식만큼이나 다양하고 세분된 커피들이 거래되고 순간순간 가격 변동이 고시되고 있다.

고종도 커피 마니아였다

17세기부터 전 세계로 식민지를 찾아나선 유럽 열강의 개척자들에게 총 한 자루와 커피 묘목은 필수품(must-have)이었다. 쓰디쓴 커피 한 잔 없이 목숨을 건 모험은 불가능했을 만큼 커피는 기호음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회자된다. 7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카르디(Cardi)라는 염소치기 소년이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설치는 것을 보고 이 열매를 이슬람 승려에게 건넸고, 승려들이 이를 수행 시 잠 쫓는 묘약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13세기 때쯤 예멘의 이슬람 승려 오마르가 모카왕의 왕비를 사랑했다가 쫓겨난 후 산속에 살면서 우연히 커피 열매를 발견하고 이를 환자 치료에 사용하면서 커피의 존재가 널리 퍼졌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그러나 문헌상으로는 9~10세기 사이 아라비아에서 활동하던 의사 라제스(Rhazes)가 커피의 효험을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으로 남겼다.

커피는 오랫동안 에티오피아와 예멘 등에서 반출 금지 품목으로 보호되다가 인도 출신 순례자 바바 부단(Baba Budan)이 몰래 커피 묘목을 빼돌려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전 세계로 커피가 퍼지는 계기가 됐다. 바바 부단은 한마디로 인도의 문익점 선생이었던 셈이다.

16세기 이슬람 세계를 평정한 오스만튀르크는 커피 문화를 꽃 피웠고 이스탄불을 방문한 유럽의 외교관과 여행자들이 이를 보고 앞다투어 커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슬람에서 온 악마의 음료라는 비난 속에 커피를 숨어서 마셔야 했다. 얼마나 커피의 매력이 컸던지 로마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이에 굴복해 커피에 세례를 내려주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유럽인들은 대낮에 커피를 마시며 고담준론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커피의 공인으로 마침내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164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유럽의 첫 커피 하우스가 생겨난 뒤 영국에서 파스콰 로제(1652년), 프랑스에서 프로코프(1686년), 미국 보스턴에서 커트리지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제국주의 시대를 주도했던 유럽의 커피하우스는 세계 각국의 뉴스와 정보가 교환되는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됐다. 선주와 금융업자들의 빈번한 회합 장소였던 로이드 커피하우스는 훗날 조합 형태의 로이드보험회사(Lloyd of London)로 발전하기도 했다. 1792년 생겨난 뉴욕증권거래소 역시 그 이전 증권ㆍ채권 브로커들의 단골 커피하우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커피 보급은 유럽에 국한되지 않았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주주였던 니컬러스 윈스턴 경이 처음으로 1658년 식민지 스리랑카에 커피묘목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 뒤,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하와이 등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확산된다. 그런데 커피는 아무데나 심어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었다. 남ㆍ북위 25도 사이의 지역, 그것도 다소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어서 서구인들은 지구에서 이 지역을 `커피 벨트(Coffee Belt)`라고 부르고 있다.

1896년 고종 황제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을미사변)을 가 처음으로 커피 대접을 받게 되면서 한국인들도 커피의 존재를 알게 된다. 커피의 쓰고 달콤한 매력은 고종에게도 치명적이었던 모양이다.

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지금도 보존돼 있는 `정관헌`이라는 서구식 정자를 짓고 여기서 커피를 `양탕국` 또는 `가배차`라고 부르며 매일 즐겼다고 한다. 그 뒤 독일인 손탁 여사가 러시아 공사관 앞에 커피점(정동구락부)을, 1924년 일본인이 카페 `나카무라`를 열어 이들이 장안 논객의 명소로 떠올랐다.

한국전쟁후 인스턴트 커피 알려져

커피의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국내에 들어왔고, 커피 하면 맥스웰과 맥심으로 통칭되는 가루 커피라는 인식이 고정관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나 가루 커피로는 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맛보았다고 할 수 없다. 우선 가루 커피의 원료가 되는 원두가 상등품이 아닌 데다 대형 기계로 커피물을 우려낸 뒤 이를 냉동 건조시켜 만든 가루를 다시 물에 녹여 먹는 것으로는 커피 본연의 향과 아로마, 점도를 충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1999년 스타벅스 1호점이 이화여대 앞에 등장한 이래 커피빈, 파스쿠치,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 엔젤리너스 등의 프랜차이즈가 길거리 요소요소를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커피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음료라는 사실을 알고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중에서 접하는 커피의 품종은 크게 보면 아라비카종과 로브스타종에 원류를 두고 있다. 아라비카종은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여성처럼 섬세하면서도 풍부하다. 이에 비해 로브스타종은 다소 거칠지만 혀를 자극하는 점도와 미끈한 보디감이 묵직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라비카종과 로브스타종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와인도 재배지역에 따라 같은 종이라도 풍미가 다르듯 커피 역시 재배지역의 특성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상품 커피를 정하는 기준은 나라(재배지역)마다 다른데 원두 크기, 300g에 포함된 결점이 있는 원두의 개수, 재배지역 고도 등 세 가지가 적용된다.

최상급 기준 나라마다 다르다

콜롬비아 하와이 인도 케냐 탄자니아는 원두 크기가 클수록, 브라질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예멘은 결점두 개수가 적을수록,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자메이카는 재배지역이 높을수록 최상등급(Special Coffee)으로 친다. 흔히 접하는 자판기 커피나 가루 커피는 그보다 등급이 훨씬 낮은 대량 추출을 위한 상업용 커피(Commercial coffee)로 분류된다.

커피를 주문하거나 살 때 포장지 표면을 잘 살펴봐야 한다. 콜롬비아는 크기가 큰 최상등급을 슈프레모(Supremo), 그 다음 등급을 엑셀소(Excelso)라고 부른다. 브라질은 No2.라고 표기된 상품이 최상등급이다. 과테말라 커피는 SHB(stricktly hard bean)를 고르면 후회하지 않는다. 풍미가 뛰어난 원두의 밀도는 고산 지역일수록 높다.

좀더 정밀하고 세밀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포장지에 쓰인 재배지역을 살펴봐야 한다. 콜롬비아는 메델린(Medellin)이나 아르메니아(Armenia) 지역 것을 최고로 꼽는다. 브라질은 산토스(Santos)라는 산지 이름이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과테말라는 안티구아(Antigua)산이 으뜸이다.

자메이카 커피는 블루마운틴(Blue Mt.)산이 최고이고 가격 역시 세계 커피 중 가장 비싸다. 1980년대 자메이카에서 대홍수가 났을 때 일본 상사들이 원조자금을 지원하면서, 커피 독점 매입권을 획득했다. 우리가 마시는 블루마운틴 커피는 우선 일본인들이 소비하고 남은 양을 수입하기에 그만큼 세계적으로 희소하고 가격이 비싸다. 앞서 설명한 커피 벨트(남ㆍ북위 25도 사이)에 놓인 국가를 여행한다면 그 나라 특유의 커피를 사오는 것도 원조 커피를 즐기는 요령이다.

하와이로 신혼여행 등을 가는 분들에게는 코나(Kona)라고 쓰인 제품을 추천한다. 최상품에는 코나엑스트라팬시(Kona Extra Fnancy)라고 표기돼 있다. 한국에서보다 거의 5배 이상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뜨거운 커피 김 속에 열대 과일향이 느껴지는 최상급 아라비카 커피를 맛볼 수 있다.
Posted by pat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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