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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7 짐 로저스 인터뷰기사 (2006년)

CEO in the News … 한국 온 ‘짐 로저스’

[조선일보 산업부기자]

청바지에 닳디 닳은 회색 운동화. 언제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차림이었다. 짐도 단출했다. 노트북 가방에 여행용 캐리어와 작은 쇼핑백 하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가(家) 짐 로저스(64)는 지난 1일 그렇게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국장을 벗어나자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잠시 놀란 듯했지만 그는 이내 특유의 여유로움을 되찾았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엔 현금지급기부터 찾았다. “오늘 밤 디스코클럽에 가려면 아무래도 원화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란 농담과 함께. 원화를 찾은 후 그는 “미국 달러도 이렇게 강세였으면 좋겠다”며 장난스럽게 툴툴댔다. 기자에게 잠깐 짐을 봐달라고 부탁한 후 어디론가 사라진 그는 금세 한국 뉴스가 빼곡히 담긴 세 종류의 영자 신문을 들고 나타났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짐 로저스는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업한 세계적인 헤지 펀드 투자가다. 예일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된 ‘수재’이기도 하다. 1980년 한창 일할 나이인 37세에 퀀텀펀드에서 펀드매니저 생활을 청산하고 공식 은퇴했다.

펀드매니저 시절 그가 세운 기록은 월가(街)의 전설로 남아 있다. 소로스와 함께한 12년 동안 퀀텀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3365%라는 경이로운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 월가 입문 당시 그의 수중에 있던 600달러는 은퇴할 때 1400만달러가 돼 있었다.

은퇴 후에도 그는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에서 금융론을 가르치고, 금융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한 자신의 투자 펀드를 운용하면서 세계 각국의 저평가된 주식시장과 상품·외환시장을 골라내 투자를 계속해 왔다. 1998년 8월에 출범한 2억달러 규모의 로저스 원자재 인덱스 펀드는 현재까지 2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품(commodities)시장 투자를 권유해 높은 수익률을 실현시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타임지(誌)로부터 ‘세계 금융시장의 인디애나 존스’ 찬사를 듣기도 했다. 1990~1991년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서 22개월간 52개국 10만4000㎞(지구 둘레의 두 바퀴 반)를 달렸고, 1999~2001년에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3년간 116개국 24만3000㎞를 자동차로 여행했다. 2000년 1월 1일 여행 도중 결혼, 2003년 첫딸을 얻었다.

우리투자증권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조선일보가 단독 인터뷰했다. 지난 1일 오후 4시30분 입국 직후부터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스위트룸에 이르기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진지했고, 솔직했다. 그리고 유쾌해 했다. 세계 최고 헤지펀드 전문가가 얘기하는 세계와 한국시장은?

“중화권은 세계의 미래… 딸 위해서라도 이주하겠다”

중국이 세계의 리더되고 중국어도 공용어 될 것 中관광·농업株유망
對韓투자 감소 이유는 보호무역·저출산 때문…
한국정부, 규제 줄여 글로벌기업과 겨루게해야


▲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스위트 룸에서 인터뷰 중인 세계적인 헤지펀드 투자가 짐 로저스. 런던을 출발해 12시간이 넘는 비행 후 피로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한국인들은 지금 재테크 열풍에 빠져 있어요. 지금 10만달러가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습니까?

“해외에 투자할 겁니다. 특히 일본 엔화나 싱가포르 달러를 살 겁니다. 두 나라 모두 건전한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어요. 중국투자도 한 방법이고. 설탕·곡물 등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요. 항공주(株)도 괜찮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항공기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일본 유아 관련주(Baby stocks) 역시 꼭 사두세요. 일본은 지금은 저 출산 국가지만, 정부의 출산장려책으로 사람들이 아기를 갖기 시작할 겁니다. 한국도 출산율이 매우 저조하지요. 나는 한국의 유아 관련주 매수를 고려 중입니다. 장난감 회사·아기 용품 회사…. 한국 정부의 정책 활성화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한국의 아기 관련 주식을 살 겁니다.”

―국내시장도 있는데, 굳이 해외 투자를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해외 투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 투자는 자동차 보험과 같아요. 누구나 자동차를 사면 보험을 들고, 일정 수준의 돈을 꾸준히 투입하지요.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투자도 마찬가지예요.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함을 갖지 마세요. 해외에 자금을 묻어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보험은 무작정 돈을 투입해야 하지만 해외에 투자하면 훗날 의미 있는 자산이 될 겁니다.”


중국시장 예찬론 여전

―당신은 브릭스(BRICs) 국가 중 중국이 최고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중국은 세계의 리더가 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지만, 명백한 사실이에요. 지금 세 살 된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중국어를 가르치는 목적이 있을텐데.

“딸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유용한 게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결국 중국어를 배우게 하고 중국의 문화·사회·정치적인 문제들에 눈 뜨도록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100년 전을 생각해 보세요. 그때 세계공용어는 영어가 아니었어요.

―중국어를 배우기엔 너무 어리지 않은가요?

“세 살이라는 나이는 무엇이든지 빨리흡수할 수 있는 나이예요. 세 살 때 중국어를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방안에 중국어를 하는 사람과 함께 몰아 넣기만 하면 돼요. (웃음) 딸아이를 위해 중국인 유모를 고용했어요. 유모는 매일 24시간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나는 중국인 유모에게‘딸아이와 대화를 나눌때 중국어만 사용하라’고 말했어요. 딸아이는 처음 자기가 말한 게 중국어인지도 몰랐을 겁니다. 기저귀를 갈면서 언어를 배운 셈이지요. 딸아이는 생활 속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매우 흐뭇합니다.”

―중국은 아직도 일부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어요. 위안화와 관련해서도 제한적인 변동 환율제를 적용하고 있지요.

“보호무역주의라…. 한국이 더 심하지 않나요? 중국은 한국에 비하면 준수합니다. 누구나 개방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길게 보면 보호무역주의는 그 나라에게 손해를 가져옵니다. 이를 하루빨리 한국 정치인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바깥을 보세요. 공항 도착 후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 도심으로 왔지요. 고속도로에서 외제차 몇 대를 봤습니까― 나는 한대도 못 봤어요.”

―한국이 그만큼 품질 좋은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 아닐까요?

“(웃으며) 좋은 농담이네요. 어떻게 그렇게 정치인들과 똑같이 얘기하나요? 한국 정치인들은 유권자들 표를 의식해 그렇게 얘기할 겁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연 10%이상의 경제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이러한 발전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요? 중국 경제에 버블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장률은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것이지요. 각국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중국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다만 나는 중국 부동산에는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미 정점을 쳤다고 봐요.”

―저술한 책을 보면 중국 주식시장을 1903년 뉴욕 증권거래소와 비슷하다고 했더군요. 중국 주식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내가 구입한 중국 주식들이 많아요. 단 한 주도 안 팔았어요. 더 나아가 계속해서 중국 주식을 매입할 겁니다.”

―아예 종목을 찍어 주시죠.

“유망주라면 항공주와 관광주·농업 관련주라고 생각해요. 중국은 지금 한창 발전 단계에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길 원합니다. 이 트렌드에 맞춰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식을 사야 한다고 봐요. 중국인들이 새롭게 갖고 싶어하는 것, 새롭게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성공의 열쇠일 겁니다. 도로·수로·공항·항만등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웰빙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어요.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관광 산업분야 역시 유망합니다. 한 발 앞서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업 관련주가 유망한 이유는?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중국인들의 식생활 질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3억명이 넘는 인구를‘먹이기 위해’(to feed) 어마어마한 양의 식량이 해외로부터 수입되고 있어요. 수입이 증가하면 중국 정부는 스스로‘우리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농업 진흥책을 내놓을 겁니다. (김현진 기자를 보며) 내가 당신이라면,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접고 중국에서 농부가 될 것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웃음)”

―근거가 좀 약한 일종의‘추정’같은데, 좀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시죠?

“중국에 앞으로‘농업 붐’이 불 겁니다. 중국 경제가 역동적이고, 수많은 인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농업진흥을 위해 농가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는 기자가 불쾌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나는 농사를 짓기엔 이미 늙었어요. 하지만 내가 20대였다면 틀림없이 전업을 고려해 봤을 겁니다.(웃음)”

인도 투자는 부정적

―오늘날 인도가 중국보다 더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인도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더군요. 아직도 그렇습니까?

“인도는 여행하기에는 참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인도에 투자를 한다거나 그곳에 사는 것은 악몽과 같아요.”

―그래도 투자 유망처로 알려져 있지 않나요―

“글쎄요. 내가 알기로는 인도는 아직까지도 관료주의에 갇혀 있고 심한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요. 인도와 한국중 어떠한 곳이 더 보호주의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국보다 인도가 관료주의가 심하고부정 부패가 만연하다는 사실입니다.”

―인도의 IT인력은 세계적이고, 또 변화의 의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인도 사람들 중에는 똑똑한 사람도 있고 이들이 IT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도의 쇼비니즘과 반자본주의, 문맹률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또 인도는 매우 복잡한 나라입니다. 인도는‘하나의 나라’가 아닙니다. 1947년 영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만들어 졌을’뿐입니다. 인도에는 각각 다른 민족들이 다른 언어를 씁니다.”

―중국과 인도의 차이라면?

“인도에서 무엇을 하기가 늘 어려워요. 이에 비해 중국은 매우 개방적이고 친 자본주의적입니다. 만약 당신이 중국에서 무언가 하려고 한다면 중국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안달이 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한국시장에 투자‘이익 만족’

―한국의 경우 주식 시장이 작년 50% 넘게 올랐지만, 올해는 제자리 걸음을 했어요.

“2005년 한국 주식 시장 호황은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림에 따라 수혜를 입은 것이라 봐요. 2006년 미·중 경제가 후퇴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역시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어요. 또한 북한과 관련한 위험이 증가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돈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도 한 요인입니다. 나의 투자 철학은 주가가 웬만큼 올랐다고 생각하면 파는 겁니다. 주식시장이 50%넘게 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거품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한국인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면서 2006년 한국 주식 시장은 정체를 보였잖아요.”

―한국에서 경구피임약 업체 주식을 샀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외 한국의 다른 주식에 투자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1999년 한국을 두 번째 찾았을 당시 내가 느낀 것은 한국의 여권(女權)이 급격히 신장했다는 것이었어요. 내가 1990년대 초반 오토바이로 세계 일주를 할 때 봤던 한국 여성들과 1999년 한국 여성들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었어요. 여성들이 보다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갖게 되면서 피임약의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했지요. 매입 당시 그 업체의 주식은 매우 쌌어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주가가 무려 15배 정도 뛰었어요. 쏠쏠한 차익을 얻은 셈이죠.

나는 여전히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여성 관련 주식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일례로 몇 달 전 일본을 방문 했을 때, 일본 방송국에서 강연을 한 후 나는 일본대학들을 찾아 많은 여대생들을 만났어요. 그들은 입으로는“아이를 갖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저 남들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그러한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본여성들 사이에서 나는‘변화’를 감지했고, 즉시 유아 관련주를 사들였지요.”

―그러한 감각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나의 천성입니다. 우리 집엔 텔레비전이 없어요. 나는 집에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실제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곳곳에서 기회를 찾는 모험을 즐기는 성격입니다. 나의 관심 대상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팝스타가 아닌, 세계 곳곳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생각 속에 투자의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창 나이에 퀀텀 펀드를 떠난 이유는 한 곳에 앉아서 끊임없이 투자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나는 끊임없이 모험을 하고 싶었고, 지금도 모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늘 낯선 곳에 가 있을 것입니다. 나는 하루하루 세계에 대한 과제(homework)를 해나가고 있어요. 방과 후 집에서 내일 수업을 준비하며 필요한 자료들을 차분히 읽는 것입니다. 스스로 나자신에게 매일 과제를 부여해 세계를 향해 항상‘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노력했어요. 과제를 열심히 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운이라는 것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한국을‘동방의 고요한 나라’라고 하지요. 한국인들은 이 말을 긍정적으로 생각할지 몰라요. 그렇지 않아요. 한국은 세계 역사에서‘꽁꽁 숨어있는’나라였어요. 그만큼 폐쇄주의적이었다는 뜻입니다. 오늘도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에 와 수많은 무역 장벽과 규제를 경험하며 혀를 차고 있을 겁니다.

이제 한국 경제가 문을 활짝 열 때가 됐어요. 보호무역주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손해입니다. 소비자들이 세계 일류기업들의 다양하고,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볼 때 노사관계와 북핵(北核)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나는 북한 문제가 큰 걱정거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북한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간섭이 더 걱정입니다. 한국은 좀더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해요. 미국에 덜 의존하라는 뜻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가장 이유는 뭔가요?

“북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한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저조한 출산율 문제입니다. 출산율이 저조한 사회는 그만큼 희망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요. 노사관계도 문제예요. 강성 노조로 인해 급여가 상승하면서 결국 기업들의 생산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어요. 다만, 통일이 되면 저가 노동으로 인해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 독 일의 경우 통일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국 경제가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요?

“통일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이유는 당시 서독 정치인들이 동독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선심 정책을 남발했기 때문이었어요. 서독 마르크와 동독 마르크 사이에 말도 안 되는 환율을 적용해 통화 통합을 시도하고 서독의 경제제도를 동독에 조기 이식하려고 서둘렀지요. 이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게 한 원인이었어요. 하지만 통일로 인해 오히려 독일은 많은 이득을 봤어요. 시장의 규모가 커졌고 국방비도 현격히 줄었어요. 통일은 한국에도 역시 큰 득이 될 겁니다.”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한국의 CEO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몇 년 전까지 한국 기업들은 단 한번도 글로벌 기업들과‘당당히’겨룬 적이 없어요. 정부의 비호 아래 성장해 왔을 뿐입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최근까지도 외국기업들의 진입이 자유롭지 못했어요. 국내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대기업들이 있긴합니다만 이들 역시 글로벌 기준으로 본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일 뿐입니다.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눈을 돌려 생산 기지를 넓혀야 합니다. 중국·베트남등 인건비가 싸고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로 공장을 이전해야 합니다.”

―북한은 어떤가요?

“북한 이전도 방법이에요. 일본 기업들의 경우 이미 20년 전부터 세계 소비자들에게 눈을 돌렸고, 그 결과 오늘날 번영을 누리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베트남 등으로 진출하는데 리스크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리스크는 어느 곳에나 있어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공장을 옮기려 해도 리스크가 따릅니다. 미국 역시 위험합니다. 미국은 2006년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간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어요. 외국인들이 봤을 때 서울 역시 세계적으로 위험한 도시예요. 북한과 불과 몇 십㎞떨어져 있을 뿐이잖아요. ‘리스크가 없다’는 것은 곧‘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말과 일맥 상통합니다.”

미국 경기 후퇴 본격 시작될 것

―미국 FRB가 최근 금리 인상을 중단 했어요.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 증시의 전망은?

“미국 주식은 팔아버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1년 안에 미국 경기 후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의 문제로‘글로벌 임밸런스’가 떠오릅니다.

“세계 경제에 큰 재앙이 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생각해봤을 때, 현 경상수지 적자 수준은 매우 위험합니다. 부채 또한 어마어마한 수준이고. 미국은 15개월마다 10조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어요. 미국이 달러 강세를 원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달러 약세는 앞으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수많은 국가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잘 대비한 기업들만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될 겁니다.”

아시아에서의 개인 생활

―최근 맨해튼의 집을 1500만달러에 처분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부동산 거품 때문인가요?

“사실이 아닌데…. 언론보도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웃음) 집을 내놓았는데 몇 달째 팔리지 않고 있어요. 집이 처분되는 대로 곧바로 중국어권 국가로 이주할 계획입니다. 부동산 거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뉴욕·보스턴과 같은 미국 대도시 집값이 당분간 떨어지는 일은 없을겁니다. 이주할 국가로는 싱가포르를 생각하고 있어요. 영어도 통하고 중국어권일뿐만 아니라 외국인 이주를 위한 절차가 간편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지요.”

―왜 아시아에 살고 싶은가요?

“세계의 미래는 아시아에 있다고 봐요. 더 정확히 말하면 세계의 미래 중심축은 ‘중국어권’국가들일 겁니다. 중국의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예요. 중국어는 세계적인 공용어가 될 것이고, 중국 주변 국가들의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나의 어린 딸을 위해서라도 싱가포르 이주는 매우 좋은 투자가 될 겁니다. 1806년엔 영국으로 향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고, 1906년엔 서로 뉴욕에 자리를 잡으려 했어요. 이제는 중국으로 발걸음을 돌릴 때입니다.”

Posted by pat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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