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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7 [김세형 칼럼] `폭락의 사이렌`이 울릴때 (매경 2007.8.17)

아주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투기`와 `증시 대폭락`은 아주 귀한 손님이다. 이 손님들은 대개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오랜만에 찾아올 뿐더러 때론 큰 돈벼락을 안겨 주고 떠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전 세계를 휘저은 부동산 투기가 찾아온 게 얼마만의 일이던가.


아마 10년 이상 인터벌이 있었을 게다. 사막에 불시착한 어린 왕자 같은 이 손님은 정말로 여러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줬다. 투기와 주가 폭락은 피해자도 양산하는 게 사실이고 그들의 분노는 매스컴을 탄다. 누가 그런 샤프한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투기에 대한 비난은 돈에 대한 정의감을 가장한 질투심`인지도 모르겠다.



증시의 날벼락은 꼭 마른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점 또한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1987년 10월 19일 하루아침에 무려 22.6%나 폭락했는데 그 이유는 `모른다`였다. 그리고 5년 후 다우지수는 250%나 급등했다.



이번 서브프라임 불똥도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날벼락이다. 서브프라임이라니. 지금 주가 폭락으로 신음하고 있는 대다수 국가 투자자에겐 실로 유가 급등만큼이나 억울한 일이다.  유가 급등이 누구 때문인가. 그것은 주로 미국과 중국 때문이다.



뒤늦게 경제 개발을 한답시고 뛰어든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등과 고급 소비를 일삼는 미국의 등쌀에 국제 유가가 뜀박질했다. 그 덤터기를 왜 한국이나 일본이 뒤집어써야 하는가.


서브프라임도 마찬가지. 미국에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이 싸구려 금융기관에서 고금리에 돈을 빌려 주택을 샀는데 금리가 오르고 돈 없는 계층이 연체를 하다 보니 난리가 난 것이다.

미국이 일을 그르쳐 전 세계 증시가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은 유가 급등보다 더 억울한 일. 그 메커니즘을 잠시 더 들여다 보자.

우량(prime) 축에 들지 못해 등급이 낮은(sub) 금융기관들은 아파트 가격의 100% 심지어 105%나 되는 돈을 대출해줬다.

대출금은 어디서 났는가? 이번에 펀드 환매를 못한 파리바은행이나 미국 골드만삭스. 씨티은행 같은 A급 투자은행이 돈줄이다.


그 은행들은 돈을 어디서 끌어댔는가? 고객의 펀드자금이다. 불량 고객의 연체율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리자 고객들이 "내 돈 달라"고 요청하며 환매 러시가 일어났고 최초로 파리바은행이 "내줄 돈이 없다"고 하면서 공황 연쇄 도미노를 일으킨 것.

그래서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호주, 일본 등이 줄줄이 300조원가량 돈을 퍼부은 것이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뭔가 불안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우리가 따지고 싶은 것은 문제를 만든 뉴욕 증시나 일부 유럽 증시만 폭락하면 되는 것이지 왜 관계도 없는 아시아 증시, 그 중에서도 한국 증시가 발벗고 나서 폭락하느냔 점이다.


미국 골드만삭스나 씨티은행 등도 한국에 와서 투자를 많이 한다.

고객들이 환매해 달라고 하면 엉뚱하게도 그동안 많이 남은 한국 주식을 팔아버리기 때문에 찬바람을 맞은 격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보고 있을 때 참착한 게 성공의 비결이란 말을 상기하라.



냉정하게 보면 서브프라임 총규모는 1조3000억달러, 이 중 연체 발생액은 13%다. 따라서 150조원 정도만 문제될 뿐이다. 세계 금융가를 무너뜨리기엔 왜소한 규모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요소는 투자를 시작할 때 판단 기준으로 삼았던 틀이 깨졌는가 여부다.



또한 증시에서 높은 가격이야말로 최대 악재이듯 낮은 가격은 가장 좋은 재료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1987년 블랙먼데이나 9ㆍ11 테러 이후처럼 폭락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 2000이 경계의 영역이었다면 그보다 10%쯤 할인된 시장은 부담이 작은 편이다.


서브프라임이란 존재가 한국 대기업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월스트리트에서 아주 솜씨 좋은 마이클 모바신은 손익에 대한 인간 심리는 이득을 얻을 때보다 손해를 봤을 때 2.5배 아픔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손해라는 악당에 대처하는 당신의 심리 상태를 점검할 일이다. 괴물이 당신을 잡아먹을 정도로 치명적인가, 아니면 그냥 험상궂게만 생기고 만 것인가. 살펴보지도 않고 줄행랑부터 치면 기회를 잡을 확률도 아주 낮다.


또 하나, 재경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서브프라임의 전말에 대해 속 시원하게 설명하는 이가 왜 아무도 없는가. 실력이 부족한가 아니면 벙어리가 돼 버렸는가 엄하게 묻는다.

Posted by pat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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