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깊어지는 불황…해운사 '죽을 맛'
머니투데이 2011.09.19 11:08

[머니투데이 서세미 기자][선박인도 늘고 물동량 줄어...국내 선사들 발주량 많아 투자·운영 부담 커]

더벨|이 기사는 09월15일(17:43)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운업계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선박공급은 넘치는데 물동량은 늘지 않으니 운임은 바닥을 기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쳐 하반기에도 희망을 품기 어렵다.

국내 대표적인 해운사 어느 한 곳도 불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호황기 대거 발주한 선박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만만치 않다. 운임이 워낙 떨어진데다 운송수요마저 없어 운영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크다.

대형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한진해운은 신조선박에 대한 투자부담이 크다. 현대상선은 부쩍 높아진 용선료가 부담이다. STX팬오션은 벌크선 시황의 극심한 침체로 고생하고 있다. SK해운 역시 2013년까지 재무부담의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NICE신용평가는 14일 '해운업 시황 및 Credit Risk 점검' 보고서를 통해 국내 해운사의 신용 리스크가 연초보다 상승했으며 높은 산업위험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진해운 STX팬오션 SK해운 현대상선 등, 투자·운영부담 커

한진해운의 재무안정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247.4%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6월말 기준 354.3%로 100% 넘게 상승했다. 예상보다 운임 하락이 컸던 탓도 있지만 선박 11척을 인수하면서 차입금이 1조 2740억원 증가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21척의 선박에 대해 발주계약을 맺고 있어 잔여 투자부담도 약 1조3000억원(12억 달러)에 달해 과중한 수준이다. 다만 신조선박의 3분의 2(척수기준)에 대해 선박금융이 체결돼 있다. 한진해운은 선박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천터미널 부지를 비롯한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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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대상선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선박투자를 적게 한 덕에 투자부담은 낮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벌크선 4척에 대한 계약만 체결한 상태라 잔여 투자부담이 2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8월 컨테이너선 5척을 추가로 발주했으나 부담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용선료다. 2008년까지20% 미만이었던 용선료/매출액 비율이 올해 상반기 32%로 증가했다. 특히 현대상선이 주력하는 컨테이너선은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빌려주기 때문에 용선료 조정이 쉽지 않다.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영업실적 부진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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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팬오션은 매출비중의 80%를 차지하는 벌크선 특성상 단기용선 비중이 높아 용선료 조정이 탄력적이다. 신규 발주한 선박은 이미 사용처와 목적이 정해져 운용부담역시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투자부담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무려 62척의 선박을 발주했지만 운임지수가 곤두박질치면서 영업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의 구본욱 선임연구원은 "단기운송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특성상 시황이 부진할 때 유가상승에 대한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공급과잉으로 인해 벌크선 부문의 시황침체 지속기간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선박연료유(벙커C유) 평균가격은 지난해 동기간보다 31%가량 상승해 유류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STX팬오션의 연료비/매출액도 약 10%정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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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해운의 경우 장기운송계약과 벙커링 사업의 매출비중이 80%로 사업안정성이 우수한편이라 불황에도 양호한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다른 대형 선사들은 영업적자를 기록했음에도 7.6%의 세전영업이익(EBITDA)마진을 달성했다.

그러나 용대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영국 현지법인의 실적부진으로 부채비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이후 차입금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이 451.9%를 기록했다. 해외영업자회사와 선박취득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부채비율은 845.4%로 치솟는다.

SK해운은 올해 상반기 총 18척의 선박을 발주했으며 해외 현지법인도 7척의 벌크선을 발주하고 있다. 잔여투자금액은 약 1.6조원으로 선박인도가 마무리되는 2013년까지는 재무적 부담이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선임연구원은 "장기운송계약이 체결돼 있거나 대선상대방이 확정된 8척을 제외하면 고정거래처가 확정돼 있지 않아 신조선에 대한 중장기적인 운용상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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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기적으로도 시황 개선 가능성 낮아…해운업계 신용위험 상승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 유럽의 재정위기로 선진국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해운업계의 불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컨테이너부문 실적이 개선되면서 해운사들이 신조 발주를 늘린 점도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선박공급이 증가하면서 운임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화물선 부문 역시 2009년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신조선 인도가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이 같은 선복량 증가는 내년까지 물동량 증가를 상회할 전망이다. 운임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탱커선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선박 공급증가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 그러나 주요 선진국의 경기 둔화로 물동량의 큰 폭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역시 단기적으로는 운임개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해운시황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부담이 큰 해운사의 경우 신용위험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호황기에는 발주금액의 80% 이상을 리보(Libor)와 유사한 낮은 금리로 선박금융이 가능하지만 시황침체기에는 신용경색으로 선박금융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 선박가치가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에서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어 재무적으로 풍족한 기업이 아니면 차입금을 조기상환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구 선임연구원은 "단기용선 위주의 탄력적인 선대운용을 하고 있거나 장기운송계약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는 선사의 경우 영업실적 저하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규모 투자부담이 있거나 해외 관계사로 인한 부담이 있는 경우에는 신용위험 상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Posted by pat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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