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5. 13:28 투자

연못속의 고래


연못속의 고래... 부자경제학

복사 http://blog.naver.com/donodonsu/100048927687


‘연못속의 고래 (A big fish in a little pond)’라는 영미속담이 있다.

이말을 요즘 유행하는 어느 운용사의 광고카피처럼 ‘투자로 번역하면’, 시장의 ‘다양성이 떨어졌다’거나 혹은 ‘시장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정도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것은 특정 기업에 대해 거대 자산 운용사가 지나치게 많은 지분을 보유하거나, 특정 국가에 대해 외국인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저평가된 국내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0년이나 되었다.

우리 스스로 국내주식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부르며 폄하하고 있을 때, 외국인들은 ‘이렇게 싼 주식이 있을 수가?’라며 국내주식을 슬금슬금 거둬들였다. 하지만 국내 수급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 지분이 늘어난다는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도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외국인에만 기댄 천수답 시장은 외국인 지분이 10%에서 20%로 증가하는 만큼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고 주가는 오르지만, 대신 그만큼 외국인들의 평균 매수단가 역시 따라서 상승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투자자는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를 하나의 범주로 본다면, 그들이 삼성전자를 2만원대에서 사들이기 시작해서 50만원이 되었다고 해서 25배의 이익이 난 것이 아니다. 이유는 동조,혹은 추격 매수자가 없는 한 평균매수단가는 거의 30만원을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정도 이익도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진짜 문제는 그 정도의 수익마져 평가이익일 뿐 실현이익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외국인이 일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25배가 올랐다면, 외국인들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막상 주식을 팔기 시작했을 경우 평균 매도단가는 20만원도 채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주식시장에서 지분 불균형이 발생 했을 때 일어 날 수 있는 매집자의 딜레마다.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코스피를 기준으로 봐도, 300 포인트에서 주식을 매집한 외국인이 1000 포인트에서 조금만 팔면 시장은 순식간에 500 포인트대로 추락한다. 이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스스로 큰 손해를 볼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절대 시장을 완전히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연못속에 들어간 고래의 고민이다.

그렇다면 연못속의 고래가 탈출 할 수 있는 타이밍은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폭우가 쏟아져 연못에 물이 넘쳐나는 순간이다. 고래는 그게 언제가 되건 비가 쏟아져 연못에 물이 넘치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 시장을 기준으로 한다면, 외국인이라는 고래가 탈출할 수 있는 순간은 너도나도 펀드 투자에 뛰어들어 전국민이 적립식 펀드 계좌를 가지게 되는 순간, 즉 2007년 이후가 바로 그때인 셈이다.

이때가 오면 고래는 미련없이 연못을 떠나도 된다.

삼성전자가 30만원이 되어도, 50만원이 되어도 떠나지 못했지만, 막상 삼성전자가 70만원이 되었을 때, 즉 그동안 팔기만하던 국내 투자자들이 100만원을 넘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고 덤빌 때가 바로 외국인들이 팔고 떠날 수 있는 시점이 되는 것이다. 이때 주식을 팔면 과거와 달리 평균 매도단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고, 그동안의 평가이익이 고스란히 실현이익으로 전환된다.

코스피를 기준으로 하면, 1000 포인트에서, 혹은 1200 포인트에서 외국인이 팔면 시장이 금새 하락하지만, 2000 포인트대에서는 아무리 매도해도 시장 하락은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국내 수급이 일어나고, 연못에는 새로운 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작년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붕이 줄어드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가 내려 고래가 떠나려는 자리에 적립식을 필두로 한 국내자금이 새로운 물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고래가 떠난 자리를 메울만큼 비가 충분히 내리지 못한다면 (국내수급이 일정부분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비가 그친다음 연못속의 물은 금새 말라 버릴 것이고, 물고기들도 죽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 비가 충분하다면 고래가 떠난 연못은 오히려 맑은 물로 가득한 정상적인 환경으로 변할 것이다.

다시말해, 특정 매수자가 대량 매집한 주식은 다른 매수자에게 넘길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고 그 타이밍이 오지 않으면 고래도 죽는다. 반대로 비가 충분치 않으면 연못이 마른다. 결국 고래가 자신도 살고 연못도 살리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 바로 가장 시장 친화적인 지점이 되는 셈이다.

그런점에서 볼 때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특정 기업의 보유지분을 지나치게 늘리는 모습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주식시장은 다양한 운용사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적절한 비중으로 지분을 보유하면, 항상 비가 조금씩 내릴 때 마다, 오래된 물은 나가고 새물이 들어오면서 선순환을 하지만, 특정 기업에 한 개의 자산운용사가 지나치게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그것은 곧 그 운용사가 연못속의 고래가 되는 셈이다.

그나마 그것도 시가총액이나 유동성이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웅덩이에 거대한 고래가 한 마리 들어앉게 되면, 고래는 오래 머물 수 없다. 그리고 언젠가 고래가 떠나는 날에는 그 연못은 그야말로 진창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만약 중형주 하나를 한 개의 운용사가 희안한 성장논리를 내세워서 거의 M&A 에 가까운 수준으로 지분을 반 공개적으로 매집하고, 거기다가 운용사가 속한 증권사까지 나서서 그 기업을 공개적으로 매수추천을 해버리면, 연못에는 고래를 따라 들어 온 새우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고래가 떠난 자리에는 그들의 시신만이 잔해가 되어 가득할 것 역시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점에서 우리나라의 자산 운용사들도 이제 눈앞의 단기 수익보다, 도덕성의 바탕과 시장책임이라는 공공성을 중시해야 할 때가 왔다. 자본시장은 신뢰가 생명이며, 그 신뢰가 무너지는 날에는 고래도 새우도, 샘물로 모두 말라버리고 황량한 사막만 남을 것이다.

고래는 고래답게 바다에서 승부해야 한다.

Posted by pat98

05-04 00:14
Flag Counter
Yesterday
Today
Total

글 보관함

최근에 올라온 글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