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인터뷰]박경철 원장… '재산상속 테마'를 주목하라


코스피가 2000을 넘나들고 있다. 수년간 계속 오르기만 했던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자들은 주식을 계속 가지고 가야 할지? 팔아야 할지 고민이다. 2002년부터 불어 닥친 가치주 열풍으로 더 이상 싼 주식도 없다. 무겁다고 아무도 쳐다 보지 않던 중공업, 엔지니어링 주식은 몇 배 이상 올랐고, 삼성전자와 같은 IT주 들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덜 올랐다' '많이 빠졌다'며 무작정 주식을 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많은 투자자들의 고민을 미력하나마 풀고자 머니위크가 '시골의사' 안동신세계병원 박경철(43)원장을 만나서 조언을 구했다.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시골에서는 제법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대구로 유학을 와 보니 나 보다 똑똑한 사람이 많았다. 부족한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 주식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주식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대학교 2학년때부터 주식에 뛰어들었으니까 벌써 20여년 이상 투자를 한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왜 하필 주식투자를 했을까?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으면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가끔 후회를 하기도 한다.

-의사와 투자자,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

당연히 의사가 어렵다. 의사란 직업은 남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에게 주식시장은 '놀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식투자는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테스트 할 수 있어서 좋다. 예상했던 내용들이 들어 맞았을 때 느끼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내 예상이 틀렸을 때는 나 자신을 뒤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 20여년 이상 주식투자를 했는데 혹시 실패한 경험은 없었나?

처음에는 무지 많이 까먹었다. 주식공부를 무지 많이 했는데 투자금은 계속 줄었다.그래서 난 왜 돈을 못 벌까하는 심각한 고민을 한적도 있다.
그때 깨달은 것이 투자를 잘 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사안 보다는 거시적 사안, 알려진 것 보다는 내면의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한번도 투자에 실패한 적이 없다.

-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수익율은 어느정도인가

내 입으로 얼마 벌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민망하다. 1990년 후반 부터는 한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던 2001년, 2002년의 수익률이 매우 높았다.

- 최근 가치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는데, 그럼 향후 주도주는

2001년 9.11.사태 이후 불어 닥친 가치주 투자 열풍으로 내재가치 높은 저평가주들이 많이 올랐다. 일부 소형주를 제외하고, 가치주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한국전력과 KT정도다. 이미 모든 주식들이 오른 상황이어서 더 이상 살 주식도 없고, 시장은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가치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 것이다

성장주라고 하면 IT주를 떠올리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지수 2000포인트 이상을 이끌 주도주는 IT기업이 아닌 '가치성장주'라고 본다. 즉 풍력·조력 발전에 나서는 한국전력, 환경기술에 뛰어든 포스코, 레저 관련주 대한항공,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KT,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산업자본인지 금융자본인지 모호한 삼성전자식의 기업들, 옥석이 가려진 바이오주가 '가치성장주'로서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특히 진검승부'를 마친 바이오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급격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단기적인 테마주로 눈여겨볼 종목은 없나

LG그룹에 속한 기업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3년 전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지주회사 테마주들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최근까지도 딸들에게 제일모직, 호텔신라등의 재산을 분할하는 삼성그룹을 포함해 형제 및 사촌간에 재산을 나누고 있는 SK, 두산그룹이 맥을 같이 했다.

지주회사 테마는 사실 '재산상속테마'다. 자식 및 사촌 형제들에게 회사를 나눠주면서, 부족한 부분은 큰 회사에서 밀어 주는 식으로 재산을 분할한 것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이미 GS와 LS로 나눠졌지만 가장 중요한 대를 이을 장자에 대한 재산 상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지분 재배치중인 LG전자, LG화학 같은 주력 기업은 실적 이외에 프리미엄을 형성해 주가 상승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필립스의 지분 매각으로 LG필립스LCD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주가가 싸면 물려주기가 더 좋기 때문에 반드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이와 같은 재산 상속 과정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재산상속테마'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있나

증권시장이 조정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KT와 LG생명과학 등 5가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10여개 종목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가가 많이 올라서 팔았다.

-최근 펀드열풍이 불고 있는데 혹시 펀드에도 가입했나.

소액으로 다수의 펀드 뿐만 아니라 변액보험 등에도 가입했다. 펀드와 변액보험에 가입하면 운영 보고서를 보내 주는데, 이 보고서를 꼼꼼히 보면, 신규 매수 종목, 보유 비율 확대·축소, 매도된 종목 등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을 알 수 있다.

증권사나 보험사의 운용 보고서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이 어떤 종목을 매수ㆍ매도 했는지를 보면 향후 주도주가 무엇이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 향후 주식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나

국내·외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론 비관적이지만 2~3년 이후에는 낙관적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그동안 주식시장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조정은 불가피 하다고 본다.

중국, 중동 지역의 특수로 전세계 주식 시장이 강세였지만, 이로 인해 거품도 상당히 생겼다. 시련이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아무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가장 미칠 요인은 중국시장이다. 현재 중국시장을 비유한다면 똥 밭에 눈 내린 격'이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은 매우 심각하며,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해서 객관적인 신뢰를 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어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주식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강세장을 보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그 것은 그만큼 위험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미국 금융 당국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별일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미 연방준비은행(FRB)에서 금리를 0.5%나 내릴 필요가 있었겠나 생각해 봐야 한다. 금리를 인하하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외부에 발표된 것과 달리 서브프라임사태가 심각한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큰 걱정을 할 필요 없다고 본다. 현재 풍부한 유동자금이 주식 시장 이외에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콜금리가 6.75%를 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계속 될 이다.

과거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 잃어 버린 수익 이상으로 회복되었다. 블랙먼데이와 9.11. 테러로 금융시장이 패닉상태까지 갔었지만 결국 복원이 되지 않았나.

-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주식투자를 하려면 철저히 공부하고 해당 종목을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에는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나의 '직관'을 믿어야 된다. 이런 직관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섣불리 나서지 말고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된다.

무엇보다 주식은 매도의 기술이다. 사는 것은 언제든지 마음 내킬 때 사면 된다. 하지만, 팔 때는 적정주가, 자기의 목표 수익률, 시간, 기회비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주식 운영을 어떻게 하라고 말로 가르칠 수는 있겠지만, 느낌(직관)을 얘기할 수는 없다.

- 인생관은 무엇인가

영원한 갑으로 살자'가 인생관 이다. 대부분 인생을 갑으로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만 조금 힘든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 갑으로 살 수 있다. 을로 살면 때때로 누가 챙겨주기도 하고, 밀어주기 때문에 편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갑으로 살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손에 쥐어 지면 쉽게 나가지도 않는다.

특히 나는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 안타깝다. 낭비되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억울하기 까지 하다. '시간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지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방안에는 신문, 잡지, 각종 자료, 핸드폰에 PMP까지 업무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넣어가지고 다닌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끔은 버스를 타기도 하고 걸어도 보는 등 느리게 사는 여유도 즐긴다.

Posted by pat98

05-0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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